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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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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자락을 들춰 밭에 들었다가
다시
안갯속을 걸어 나오면
불끈
해가 솟아 오른 한낮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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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가 지난 날 부터
나날이 푸석해지는 나뭇잎 마다
겨울만큼 시린 가울이
조롱조롱 맺히기 시작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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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 능선은
맘 놓고
붉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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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육 지진의
배추와 무 밭을 둘러보며
일찌감치 김장에 낙담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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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저잣거리에서는
배추 한 포기에 이만 원쯤이라는 풍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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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화가 며칠째 치매 증세를 보이더니만
결국
속내를 알 수 없는 이런 저런 짬뽕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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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손전화기 이되
전화는 부속 기능이 되어 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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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과 저것
저것과 이것들을 본래대로 옮기는 일로
용을 쓰다가 문득 생각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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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빠진 이 몸에
스스로 빨대를 꽂거나
최소한 멱살 잡혀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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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된 손 전화의 기능을
십 분의 일도 모른 채 전화에만 악을 쓰고 살았으니
폐기되고도 여전히 푸르딩딩한 그 재주들에
그저 아깝고 미안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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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어
이틀째 구들방 불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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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
등짝이
참 꼬숩게 따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