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세월의 속도,

햇꿈둥지 2023. 2. 6. 06:20

 

#.

무르팍에 앉아 옛날 얘기를 듣던

아래의 아래 처제가 환갑이 되었다고

모두들 한자리에 모여 소만큼 먹고 왁자하게 수다하였다.

#.

산속으로 서식처를 옮기기 전

오랜 시간 살았던 도시의 거리조차

세월의 공습에 조금씩 낡아가고 있었으므로

우리 모두도 적당히 늙어가고 있었다.

#.

세월보다 더 빠른

우리들,

나이,

#.

다음엔 누가 칠순이고

누가 또 환갑임을 손꼽아 상기하다가

흥 많은 처가의 여섯 남매가 기어이 노래방을 찾아가서는

소금 맞은 미꾸라지처럼 들 뛰었으나

#.

나는 그저

그리운 소토골,

#.

도시에서의 귀가는

탈출이었다.

#.

그런 뒤에

쉴 새 없이 들이닥친 정우와 정환이

열 살의 반항과

일곱 살의 저항과

나날이 쉽지 않다.

#.

저희들 필요한 것이 있는 경우에도

전처럼 손잡아 동행하는 게 아니고

입력 사항을 거듭 확인시킨 뒤에

등 떠밀어 심부름을 시키는 일,

#.

내 사랑이

갈수록 비굴해지고 있다.

#.

오곡의 찰밥도

나물도 생략 된

정월 큰 보름이 지났다.

#.

새벽 잠길이 달빛 모서리에 베어

기어이 커튼을 쳐야 하는 일,

#.

한낮의 변덕 같은 포근함과

제법 부드러운 바람 탓에

음지에 옹골지던 얼음조차 녹기 시작했으니

#.

봄처녀

오시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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