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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팍에 앉아 옛날 얘기를 듣던
아래의 아래 처제가 환갑이 되었다고
모두들 한자리에 모여 소만큼 먹고 왁자하게 수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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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으로 서식처를 옮기기 전
오랜 시간 살았던 도시의 거리조차
세월의 공습에 조금씩 낡아가고 있었으므로
우리 모두도 적당히 늙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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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보다 더 빠른
우리들,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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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 누가 칠순이고
누가 또 환갑임을 손꼽아 상기하다가
흥 많은 처가의 여섯 남매가 기어이 노래방을 찾아가서는
소금 맞은 미꾸라지처럼 들 뛰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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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그리운 소토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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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의 귀가는
늘
탈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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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뒤에
쉴 새 없이 들이닥친 정우와 정환이
열 살의 반항과
일곱 살의 저항과
나날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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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들 필요한 것이 있는 경우에도
전처럼 손잡아 동행하는 게 아니고
입력 사항을 거듭 확인시킨 뒤에
등 떠밀어 심부름을 시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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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이
갈수록 비굴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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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의 찰밥도
나물도 생략 된
정월 큰 보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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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잠길이 달빛 모서리에 베어
기어이 커튼을 쳐야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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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변덕 같은 포근함과
제법 부드러운 바람 탓에
음지에 옹골지던 얼음조차 녹기 시작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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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처녀
곧
오시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