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가을이 아프다.

햇꿈둥지 2023. 9. 21. 03:26

 

#.
서울 한복판에서 잘 살고 있던
소꿉 동무의 아내가 덜커덕 고장이 났다.
어느 날 갑자기
내 병과 같은 병이 시작되어 여섯 차례 Chemo' 후에
비니 모자를 썼다는 전화,

#.
재너머 소도시에서
인문 모임으로 매일을 명랑하던
K선생이 
여자만의 깊은 병이 생겨
일상과 주변을 모두 정리한 채
천당 다음의 분당으로 치료를 위해 떠났다.

#.
하필이면
꽃도 지고 잎도 지는 이 가을에
덜컥 아파지고
문득
떠나야 하는 일,
사는 일이
살아 있는 일이
자꾸 눈물겹다.

#.
나무 아래에서
한껏 고개 들어 하늘을 보는데
팔랑~ 나뭇잎 하나
이마를 스치며 떨어지는 
진공의
산 속,

#.
이 가을이
통째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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