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를 받고
신자로 보다는 환자 단계에 진입해서 좌충우돌 우왕좌왕 신앙 생활을 시작 했었다
성직자들의 절제된 생활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주변 신자들 틈에서 등 따시고 사랑 부른 날들을 보냈다
그렇게 직진 일변도의 신앙에 빠져 있을 무렵
주변의 권유로 M.E주말을 경험하게 됐었고 의식주의 기본적 문제 해결만으로의기양양해 있던 결혼 십삼년의 남편이고 아비였던 나는 참담한 심정으로 원점을 되돌아 보는 계기를 갖게 됐었다
"부부가 서로를 성체 대하듯 하라"는 지도 신부님의 말씀에 번개를 맞은것 같이 깨어 났고 이날까지 유일한 화두로 끌어 안고 있다
그날 이 후 소꼽친구 처럼 정을 나누게 된 부부 하나,
벌써 십년이 넘는 세월을 서로 그리워 하며 살고 있다
묘 하게도
그 M.E친구 부부의 또 다른 친구 부부를 다시 친구처럼 맞게 되는 일이 있었고
절에도 열심히 다니고 생활에도 열심인 좋은 부부 정도로 만나는 횟수가 더 해지던 어느 날,
살고 있는 마산으로 부터 전화 한통이 불쑥 왔다
몇월 몇일 가족 모두가 영세를 받노라고...
이 뭔 소린고?
그렇게 열심히 다니던 절은 어디에다 깨박쳐 버리고 영세를 받는다 말인고?
어쨌거나 나름대로의 고민 끝에 정한 일이겠거니...
모 처럼 묵은 카메라 장비를 차에 싣고 영세식에 참가를 했었고
새로이 받은 안토니오, 리디아의 새 이름을 깊은 마음으로 축하해 주었었다
이번 남해 여행으로 만난 이들 부부와 술잔을 나누던 중
안토니오가 불쑥 묻지 않은 말을 했었다
두 부부 사는 모습을 보며
그저 나도 천주교 신자가 되고 싶었노라고...
죄송하고도 거듭 죄송 할 뿐이다
그날
그들이 영세를받던 날
정신없이 찍어 모은 사진을 사진첩에 정리 하고는
그 제일 첫장에 예쁜 엽서 한장 넣어 주며
기도처럼 담아 준 글귀 하나
[사랑은 하늘의 뜻으로 만들어지나
그것을 실천 하는 일은 사람의 일 입니다]
지금 나는 하늘로 부터 받은 사랑을 성실하게 실천하고 있는걸까?
죄송 하고도
거듭
죄송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