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었는지
한 겨울 치고는 제법 바람이 온순했던 날,
톱밥 뒤집어 쓴 고다시꾼 서넛이 양지 바른 풀섶에 누워 이런저런 자기 애기들을 나누며 담배도 한대씩 돌려 피우며...
톱날처럼 서슬 퍼런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한 없는 게으름을 섞어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중인데
우리 모두의 눈에
지게를지거나
머리에 큰 그릇을 이거나...한 일군의 행렬을 목도 했다
지게 위에 얹혀진 물건이 나뭇짐은 아니니 나뭇군도 아니고...
모두의 의아한 시선 속을 헤집고 곁까지 닥아 선 이 사람들
쉬어 갈 참인지
멋대로의 편한 자리에 지게를 버튕겨 놓고는 담배부터 꺼내 물었고
담뱃불을 붙이기도 전에 우리 모두의 같은 질문을 받게 되었다
"뭣 하는 분들 이십니까?"
대답인 즉슨
몇해 전 까지 저 위 산골짜기에서 화전을 일구며 살았으나 산 아래로 터전을 옮겨 사는 사람들이고
집은 옮겼으나
조상님네 유택은 먼저 살던 산 속에 있는지라 시제를 모시고 내려 오는 길...이라며
식은 제사 음식이거니 같이 나누자며 주섬 주섬 꺼내 놓는 음식들,
그때 처음 강원도만의 제사 음식을 보게 되었다
그 중 메밀 전병 이거나 메밀 부침이 그것인데
메밀 전병은 만두피를 메밀로 만두소를 쌓은 것 같은 것이고
메밀 부침 이란것은 도대체 네맛 내맛을 못 가리도록 닝닝 맹숭한 맛으로 기억된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옥수수 막걸리라는 술 이었는데
대접에 찰랑 하도록 받아 든 술잔의 위에는 옥수수 빛의 노란 기름이 엷게 덮여 있었고 입에 착 감기도록 달콤하고 시원 했다
그 술을 세잔쯤 받아 마셨을까?...
어느 때 잠이 들었는지 기억도 몽롱한 것이
대추장수를 위장한 조개 일당의 몽혼약 술을 마신 양지처럼 쭈욱 뻗어 잠이 들었었다
온 몸의 한기로 잠을 털고 일어서 보니
사위에는 이제 산 그늘 덮이기 시작 할 시간...
시제를 지내고 오던 사람들은 간데 없고
저 만큼 산 아래에서는 또 고다시차가 올라 오는지
카랑 카랑
겨울바람 소리 같은 엔진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