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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서석 이야기.11

햇꿈둥지 2006. 11. 30. 12:22

 

 

명경지수님 홈 페이지에 낙서처럼 시작한 글을 맺지 못한 죄송함과

우두망찰님의 질책(?)에 쫄아서 나머지 경험 부분을 정리 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밤새 한숨 못자고 고민한 결과라는 엄살과 뻥도 헤아려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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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벨때는 아무렇게나 멋대로, 베는 것이 아니라

일정하게 정해진 칫수가 있었다

여섯자 목과 아홉자 목이니 대략 센티미터로는 180센티 이거나 270센티의 길이로 잘라서는

털썩 나무가 누우면은

나무의 말구(윗 부분의 굵기)를 가늠하여 자를 길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물론

특별히 굵거나 윗부분 까지 곧은 나무는 절목이라 하여 칫수를 무시하고 길게 자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나무들이 잘려서 누운 뒤면

어느 정도 경사가 있는 경우면 아래로 굴리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는 가대기질 이라 하여 어깨에 걸머져 내리는 일.

 

이게 환장하게도 힘든 일 이었다

 

처음 몇번은 도대체 이노무 나무둥치가 어깨 위에 올려지지도 않을 뿐더러 어찌 어찌 용을 써서 어깨에 얹고 나면 발걸음은 떼어지지 않고 나무가 통째로 어깨를 파고드는듯한 통증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일을 마친 저녘이면 쐬주고 지랄이고 피멍이 든 어깨의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룰 수 가 없었고 이렇게 끙 끙 거릴 때마다 주인집 아저씨는 그 피 같은 쐬주를 흥건하도록 수건에 부어 어깨에 얹어 주곤 했었다

 

사람의 육체적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그 피멍이 물집이 되어 터지기를 반복 하다보면

어느 날 그 자리는 짙은 갈색으로 굳은 살이 박혀 버리곤 했었다

이쯤 굳은 살이 앉기를 세번을 반복해야 비로소 제값을 받는 고다시꾼이 되는 거라고...

누런 잇빨을 드러내 놓고 웃던 고참 고다시꾼들이

헐 헐 헐~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일러주곤 했었다

 

힘겨운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 아래 차가 들어 올 수 있는 장소까지 옮겨진 나무들을 차에 싣는 일,

상차라고 부르는 이일은 어깨와 허리의 고달픔도 그러려니와 피라밋을 쌓는 장인처럼 차 위에서

이리로 저리로...자리를 찍어주는 상차 도사님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나무를 올려 주어야 하는데 이노무 일이 나무가 쌓이는 높이대로 꼭대기만 보고 하는 일이니 나무를 올려주는 내 내 목의 통증 또한 견디기 힘든 일 이었다

 

한 동안은 몸의 피곤함으로 해 넘어가기 바쁘게 파김치가 되기 일쑤더니만

그럭저럭 적응이 되어 가는 건지

저녘 술자리도 어울리게 되고...

 

그렇게 몸 절고 술 절어 누운 날이면 코끝에 감도는 황토 흙 냄새

귓가를 잉잉 거리는 살바람 소리

 

어디 가지 넓은 나무 아래 잠든 한마리 산짐승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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