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이렇게도 살 수 있다

햇꿈둥지 2006. 10. 9. 13:05

 

 

                                                                                      [치악 금대리 계곡의 이른 단풍]

 

한 오년여의 시간 동안 잔머리, 굵은 머리,오만 잡동사니 이론들을 접목하고 몸소 실험하고 뒤집어 졌다가 구르기를 수 없이 한 끝에 용수 문제를 해결 하고는 약에 취한 바퀴 벌레처럼 발라당 뒤집어져서 케쎄라쎄라를 구가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추석이 멀쟎은 날 부터 갑자기 황톳빛 물이 넘어 오기 시작 했다

우리 부부는 빵뎅이를 하늘로 바짝 들어 올린채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이 상황의 원인에 대하여 유추하기 시작했다

 

첫째:날이 가문 탓으로 멧돼지들이 샘물의 물통 가까운 곳에 공중목욕탕을 마련하고 아래 위로 뒤집어 제키고 있는 것 같다

 

둘째:집단의 가재가 물통안에 둥지를 틀어 놓고 가을 운동회를 하느라고 지랄용천을하고 있는 것 같다

 

셋째:샘물 물통의 뚜껑을 열고 멧돼지 한마리가 목욕을 했을 것도 같다

 

넷째:상원사 범종의 전설과 관련된 구렁이 한마리가 하늘로 올라 가기 전에 목욕재개 하기 위하여 물통에 들어 간 것도 같다

 

다섯째:요즘 달이 밝으니까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간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저쨌든 원인 규명을 위해 우리는 샘물까지 올라 갔었고

확인 결과 지난 칠월 전국을 물통에 집어넣을 만큼 쏟아진 집중호우의 결과 하늘의 비라는 비는 몽땅 앵꼬가 나버려서 칠월 이 후 이날까지 변변한 비는 한번도 오지 않은터라 그 가뭄 끝에 출수량이 고갈되어 물 부족 현상에 의한 결과니라...결론은 내렸는데 

흐렸든 맑았든 어쨌든 물은 넘어 오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안도한 우리는

기나긴 추석 연휴에 몸을 실어 구리에서 넉넉한 빈둥 거림을 일삼다가 돌아 와 보니

에구머니나~

물이 끊겨 버렸네

 

공급과 수요의 원칙에 입각하여

출수량 만큼 토출량을 조절해 두어야 했었는데 "이틀 동안에 별 일 있으랴?"의 바람은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린 뒤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석 뒷 연휴를 이용하여 몰아 닥친 큰집 가족들과 패티킴인지 빤스김인지의 콘서트를 다녀 오고 음주가무에 희희낙낙을 일삼은 것은 혹시라도 모처럼 다녀 가신 형님께서 산골살이 동생 걱정에 마음 무거울까봐 짐짓 숨기고자 했던 의도도 있었지만 이리 저리 곰 곰 생각해 보니 여주의 친구들이나 저기~ 영월의 뜰님 이시거나 까짓거 SOS에 대한 응원군이 되어 주리라는 믿음 또한 컸기 때문 이기도 하다

 

이런 저런 장비를 챙기고 준비해서 샘물의 물통을 열어 확인한 뒤 다시 닫고 있는 참인데

"움직이지마라 뒤에 독사가 있다"

아이고 세상에 온 몸이 쥐가 날 듯 경직되는 중에도

한쪽 빵뎅이만 이리 써늘한 느낌은 빤스 입은 뒤에 처음이라~  

아 그냥 뱀 이라고만 해도 충분히 쫄아 버릴텐데 꼭 독사임을 강조해야 하나?

 

이난관

저 시련을 해결하야 다시 맑은 샘물을 넘치게 손질하고 덤으로 뒷산 알밤을 배낭 가득 줏어 담아 산길을 내려 오다 보니

 

서산 노을빛 온 산에 퍼진듯

하늘도 타고

산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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