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가을 나들이

햇꿈둥지 2006. 11. 5. 17:32

 

 

겨울보다 먼저 감기를 만났다

처음엔 미열이 있는 정도에 간헐적인 재채기와 콧물 정도 이더니

지인의 혼례에 참석차 들린 도시에서 부터는 한쪽 코가 완전히 막혀 산소 흡입률이 반감 되었음은 물론 쉴새없이 콧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낮부터 시작한 흥건한 술자리,

그 술 힘을 빌어 잠시 견디기는 했지만

모처럼 이곳엘 왔으니 기어이 저녘 술 한잔에 하룻밤 같이 자야 하지 않느냐는 고집을 이겨 낼 길 없어 낮 술은 기어이 저녘 술자리로 이어지고 말았다

인덕원 사거리 참치 횟집에 앉아 다시 술기운이 거나한데

산 속에 처 박혀 단 한번도 도시 출입 없이 사는 별종으로 치부해 버렸다는 직장 동기를 만나고 말았다

오십 넘어 머리 희끗한 두 사내,

아무 거리낌 없이 포옹에 뽀뽀에 지랄용천...이다

당연히 홀안의 다른 사람들 시선이 모아지고 말았고 잠시 이 어색함을 피 해 보려 담배 가게를 찾았는데

이 웬 장사진인고???...

그 줄

그 틈새에 한참을 흔들리며 앞선 자리에 이르러 보니

너도 나도 로또를 사느라 난리법석이라...

 

대박...

좋지...

 

그러나 또 이렇게 술 취해 흔들릴 뿐인 현실은 얼마나 성실한 것인가...

 

대박의 가치에 현혹되어

빈한 하지만 성실한 우리의 오늘이 유기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신새볔 도시를 탈출하여 소토골에 당도해 보니

마당 가득 흥건한 겨울

찬바람 불고 내일은 된서리 온다 하니 그 서슬에 등 떠밀려 게으르게나마 구기자를 수확 했다

포동 포동 붉은 빛

윤기 흐르는 겉은 물론이요

실한 속에까지 지난 여름 햇살들이 튼실하게 들어 차 있었다

 

 

 

 

 

몇일째 동거중인 요녀석들

아무래도 겨울 깊은 날 까지 이 상황이 이어질듯 싶어

늦은 점심 뒤에는 구들방의 꺼진 구들을 수선 했다

아궁이를 구들 아래에 두는 직화 방식으로 개조해 놓았더니 그 뜨거운 열을 견디지 못하고 제일 두껍던 아랫목 돌이 모두 부서지고 말았다

튼튼하고 믿음직한 녀석 하나를 다시 깔아 놓고 흙투성이 손을 씻고 나니

 

 

노을빛 따라 점령군 처럼 밀어 닥치는

헝클어진 바람

그리고 겨울...

 

 

기어이 가난한 굴뚝에 연기가 오른다

이제

소토골은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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