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우수눈발,

햇꿈둥지 2021. 2. 18. 05:47

 

 

 

#.

Y 선생께서 생전에 썰 하시기를

1인칭은 나

2인칭은 너

그 외 우수마발이 다 3인칭···

 

#.

곧 우수라는데

하늘은

요란스럽게 눈을 뿌렸다.

 

#.

시절 잊은채 쏟아지는 눈 속에

잠시

우수마발을 빌려 쓰기로 하여,

 

#.

우수눈발이다.

 

#.

명절에 아이들 내려오겠다고 한 날부터

슬금슬금 시작한 감기 기운이

이내 본색을 드러내더니

기침

콧물

재채기,

 

#.

시내의 병원과 의원들은

연휴의 날들에 굴비처럼 엮여

모두 휴진 중이었다.

 

#.

하여 

더운물 마시기와 마스크로 무장한 채

스스로 격리하였으니

꽃 같은 아이들이 내려온들

꿈속의 떡,

 

#.

그렇게 연휴 뒷날

서둘러 병원을 찾았더니

문전박대가 이런거지

코로나 검사를 받고 와야 한다는 것,

 

#.

코로나는 

코가 문제인지

코 안에 기다란 면봉을 넣어 휘저어대는

코통 끝에

이상 없다는 문자 하나 또로록 날아왔으므로

 

#.

이제부터

코로나 관계없이

마음 놓고 감기 앓기,

 

#.

어제 오후

아궁이 가득 불 넣어 몸을 뎁히리라고

함실아궁이를 열었더니

EGGMONEY나~!

 

#.

스무 해가 넘는 시간 동안 불에 지친 돌들이

조금씩 박리되더니만

드디어 제일 두껍고 큰

아랫목 돌이 털썩 주저앉아 버린 것,

 

#.

나긋한 봄이 오면

가장 급하게 손질해야겠다 궁리 중이었지만

여전히 겨울이 기승인 날들 속에 황망한 일이 되었다.

 

#.

상황이 이러하니

어느 해 보다도 봄빛 더욱 간절한데

가득한

눈,

 

#.

바람은

또 왜

덩달아 신이 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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