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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수도
갈 수도 없는
썰렁하기 그지없는 명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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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물 건너에 계신
부모님 선영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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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겠거니와
코로나에 멱살 잡히고
사람의 일에 발목 잡혀
저 혼자 이렇게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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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피워 잔 올리고
갈색의 산속에 홀로 앉아
흑백의 기억으로 압착된
오래된 일들을 되짚어 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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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던 제가
이렇게 늙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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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어가기 바쁘게
대문을 잠그셨지만
명절 때면
밤 깊도록 문을 닫지 못하시던
목마른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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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이면
골목 끝을 지나 뒷모습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래오래 문기둥에 기대어 계시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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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들에
자꾸
노을빛 눈시울이 되고도
눈치 볼 일 없으니
홀로의 성묘
꽤 괜찮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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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맵다
어여 내려가거라...
어머니 목소리 들리는 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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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앉아 있던 자리를 정리하고
허위허위 돌아 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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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가득
봄바람이 너울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