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오름 길 잣나무에
성의 없이 매달려진 우편함은
기한을 넘기지 않고 배달된 문학지 한권을 품고 있는데
그 꼭대기
아침마다 예쁜 소리로 울어주던 산새 한마리
열심히도 집 한채 어리더니만
이제
알 품어 새 생명을 지으려는지
몇일째 움직임이 정숙해졌습니다
오늘 아침
우편함 속의 이런저런 편지들은 몽땅 거두면서도
노란 봉투속의 책 한권은 그냥 두었습니다
저 위에 새 알들이 새 생명으로 날 때 까지
글 속의 메마른 단어들 또한 그 체온으로 품어져
싹이 나고
잎이 나서
꽃을 피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