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손톱을 깎기 위한 서설(絮說)

햇꿈둥지 2006. 8. 9. 22:40

 

 

겨우

콧구멍을 후빈다든가

아니면

대갈통의 비듬을 긁는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마누라 등짝을 긁어 줄 때 정도로

나날이 용도가 빈약해져서

 

단 한번도

마뜩챦은 세상 어느 귀퉁이에 상채기 하나 내지 못한채

무용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손톱들이

긴 장마 무른 날들을 게을러 터지게 지내는 동안

밀려가는 팔월의 길이 만큼 자라 있었다

 

각질로 굳어 버린 이노무 손톱이야

옛날 내 아버지를 흉내내어

가위 이거나

숫돌에 썩 썩 문대인 낫 끝으로 건성 자르면 될 일을

 

손톱 깎이로 절단을 했더니

 

빨갛게 아린 손끝마다

가난하고 맛대가리 없던 세월 조각들

비로소 날 세워 흩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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