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콧구멍을 후빈다든가
아니면
대갈통의 비듬을 긁는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마누라 등짝을 긁어 줄 때 정도로
나날이 용도가 빈약해져서
단 한번도
마뜩챦은 세상 어느 귀퉁이에 상채기 하나 내지 못한채
무용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손톱들이
긴 장마 무른 날들을 게을러 터지게 지내는 동안
밀려가는 팔월의 길이 만큼 자라 있었다
각질로 굳어 버린 이노무 손톱이야
옛날 내 아버지를 흉내내어
가위 이거나
숫돌에 썩 썩 문대인 낫 끝으로 건성 자르면 될 일을
똑
똑
똑
손톱 깎이로 절단을 했더니
빨갛게 아린 손끝마다
가난하고 맛대가리 없던 세월 조각들
비로소 날 세워 흩어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