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서둘러 산속 오두막 집을 오르려는데 어느놈이 길을 막고 서 있다, 아직도 장때비가 주룩 주룩인데 마을 이장놈이 화물차 가득 포동하게 살 오른 무우며 배추를 뽀송한 몸 놀림으로 싣고 있다. 이놈의 나라 아래 윗쪽 산속이며 벌판을 가리지 않고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비는 칠월 서른하루를 물기뿐인 구름으로 오르락내리락 난장을 쳐 놓았는데도 재수좋게 메뚜기 이맛빡만한 이 동네 밭뙈기들은 어디 하나 상채기 난 곳 없이 배추며 무우들을 포동하게 키워냈고 이걸 실어다 새볔장 재미를 짭짤하게 보고 있는 이장놈은 "거 뭐 다른데가 망가져야 이렇게 도음이 되는 것 아니겠어?"은근하고 끈적한 웃음을 거미줄처럼 늘이고 있었다
아 씨발~
아직도 이나라 사전에는 "우리"라는 단어가 실려 있는 걸까? 남의 밥상을 진구렁텅이에 패대기 쳐 놓고 그 앞에서 진수성찬을 처 먹은들 그게 잘 삭아 똥이 되고 거름이 될까? 황달기 끼인 얼굴로도 잔잔하게 웃어가며 옥수수며 감자를 삶아 나누던 이 나라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가난하게 헤진 옥양목 옷자락을 여미고 서낭 귀신 앞에 정한수 떠 놓은채 내가 아닌 남의 단잠을 위해 진정한 기도를 올릴 줄 알던...그들의 품속에 안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