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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울고 싶었다

햇꿈둥지 2006. 7. 17. 15:55

 

15일 오후 네시

강원도 인제 지역 현장 지원 상황

물 맑았던 계곡은 간데 없다

 

한계령과 진부령이 갈라지는 삼거리 전방 500미터 이 후 부터는 차량 통행도 인력 진입도 불가한 상황,

 

흐르는 물바닥에선

구르는 돌들이 부딪히며 기괴한 굉음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을을 연결해 주던 다리는 흔적없이 사라져 버리고

물가의 집들도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는데

그 집안에 들어 있던 사람들까지도...

 

마을 사람의 표현은 이랬다

 

"계곡물이 벌떡 일어서서 달려 들었다"

 

 

급류에 의한 계곡의 확장으로 마을은 계곡 한 가운데에 덩그라니 남은 꼴이다

구조대에 의한 마을 진입을 시도한다

 

위로 보이는 감탕물의 와속보다

물속에서 뒤엉켜 구르는 돌들이 문제,

 

발을 헛딛거나 정확하게 착지점을 확보하지 못하면 발목뼈가 부서지고 말 것이다

  

 

저 위로는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도 사망자, 실종자의 숫자가 집계되고 있다?

사망자와 실종자의 상황을 정확히 알려 줄 사람들은 대부분 고립되어 있는데도...

 

계곡 가운데 돌무지 사이에서

목없는 시신 1구를 목격했다

 

.......................................

 

살아 있음에서

주검으로의 방치

 

그래도

그 옆을 흐르는 계곡물은 아직도 험악하다

 

 

 

한계령으로 통하는

굽이 아름답던 길도 흔적없이 사라지거나

흘러 내린 토사로 묻혀 버렸다

토사에 묻힌 차안을 수색하고 다시 진행,

 

로프를 걸어 물 젖은 바위길을 아슬아슬하게 건너거나

우회로를 찾아 가파른 산등성을 기어 오르거나

천신만고의 사투로 한계2리에 도착, 계곡 건너 고립된 마을 주민들에게 식수와 도시락 담요 등을 건네 줬다 

 

자연회귀와

도시 탈출 후 전원 생활을 꿈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지을 자리의 제일 조건으로 배산임수(背山臨水)를 손꼽고

또 그런 터에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배산임수...

 

단언컨데

이는 먹고 자고 살아야 하는 집자리가 아닌

잠시 경관 좋은 물가를 찾아 소풍으로 다녀오는 정자 터의 조건인 것이 분명하다

 

5킬로미터를 힘겹게 오르는 동안

물가에 근접해서 지어졌던 펜션이며 민박 가옥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김나는 한끼 식사를 나누고

하루의 일과를 성실하게 치뤄내고 

그리고 다시 귀가하여

사랑하는 가족들과 잠자리에 드는...

 

당연하게 반복되고 있는 우리의 일상이란

얼마나 얇은 유리 어항 같은 것 일까?

 

하늘에선 아직도 굵은 빗발이 쏟아지는데

그 빗속에서 젖은 김밥을 우물거리며

 

그만

목 터지게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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