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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손으로 심어진 꽃 이거나
본디 제자리로 피는 꽃 이거나
어우러 더우러 꽃 향기 그윽한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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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넘고 물 건너 이곳으로 옮겨진
백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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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의 속 눈썹 같은 꽃술들이
허공을 어루만져
향기 깊고 그윽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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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은 한 걸음쯤 늦게 오고
겨울은 열 걸음쯤 일찍 오는 산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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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을 준비하는 요즘은
나날이 안개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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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와 이슬 속에서
초록 생명을 준비하는 작물들,
감자는 뿌리가 굵어지고
푸르게 영글고 있는 고추에 더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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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는 이제
껑충 자라 올라
유월의 햇볕과 바람으로 잉태한
고른 치열 같은 아이들을
온몸으로 안고 엎고 할 기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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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일로
온통의 내 일상이 헝클어진 듯 한 중에도
빠뜨리고 밀린 것 없이
집 안팎의 일들을 정리해 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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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보기 드문
마당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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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8일쯤을 술타령으로 보내던 세월에는
흠뻑 취한 우쭐함으로
소주 한꼬뿌쯤을 음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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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잎 띄운 술 한잔을
도모했을 터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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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초록 그늘 짙어지는
마당과
주변 산을 그윽이 바라보다 보면
작은 바람에도
아름다이 취하고 마는 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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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명의 새벽
뻐꾸기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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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거리에서 곤비했던 영혼조차
그윽히 쇄락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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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을
나누어 무엇 하겠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