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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두운 시간에 일어나면
먼저 컴퓨터 앞에 앉아
산골 허공에 손구멍을 내어 세상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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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농사꾼답게
일기 예보를 보고
제한적으로 세상 소식 몇 개를 들추어 보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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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시간 동안에도
화면에는 숱하게 많은 광고들이 팝업으로 돋을새김을 하여
오늘은 이걸 사라
이걸 사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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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사면 뽀인트를 곱으로 줄 것이요
쌓인 뽀인트가 다시 너희를 낚을 것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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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어등 불빛 아래 몰려드는
동해바다 오징어 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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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넋없이 그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
내가 기어이 이거 사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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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산행에 고양이 방울이가 동행했다
저 만큼의 거리를 두고 가끔 눈을 마주칠 뿐임에도
가슴 따듯해지는 이따우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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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떡거리던 가심팍조차
이제
늙어 쪼그라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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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부터
또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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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하늘의 베푸심이
참 넉넉도 하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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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노랑민들레
하양민들레
간간히 쑥과 토끼풀... 이 무성도 하여
예초기 왕 왕 돌려 일거에 베어 버렸더니만
죽어가는 몸으로 즉시 꽃대를 세워
홀씨를 매달아 올린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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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는 의식이 없다는
사람의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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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잘못된 인식에도,
죽어가는 민들레의 몸부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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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골이 송연하다는 표현,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