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또 눈이 왔다

햇꿈둥지 2006. 2. 8. 08:32

 

 

먼저 내린 눈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허긴 입춘은 지났지 얼마나 급한 마음일꼬?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겨우내 하늘이 머금었던 눈을 몽땅 쏟아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리하여

시골의 촌동네는 때 아니게 또 한겹의 겨울에 갇힌채 꽁 꽁 얼어 붙고 말았다

온몸에서 시루떡 같은 김이 피어 오르도록 땀 흘리며 눈을 쓸었으나

올라 오기는 마음도 못 먹을 일,

주말에 오실 손님 맞이 준비로 그 포동한 눈을 치우기만 바빴지

눈썰매는 생각도 못 했다

 

아까버라~

 

 

어디 한군데 발붙일 곳이 있다구

그 동그란 외등 위에도 이렇게 탐스러운 눈이 얹혀 있다

봄 되면 치우리라던 주변 주변의 손질거리들 마져 온통 흰색,

게으른 생활에 천연 위장으로는 그만이다

 

 

장군이 짜식

똥꼬도 안 시린지 의젓하게 앉아서 설경을 즐기고 있다

 

 

장독대에는

항아리 크기만한 눈들이 얹혀 있는데도

이런 정경들이 오히려 따뜻해 보인다

 

 

앞산

 

 

옆산

 

 

옆산의 또 옆산

 

절의의 대명사로 꼽히는 소나무는 참 바보 나무 이기도 하다

가을 되기 바쁘게 노을처럼 불타 오른 뒤 잎 다 떨구어 버리는 나무들 숱 하건만

사시사철 그 많은 잎들을 품 벌려 끌어 안은 죄로

이렇게 눈 내리는 날이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속절없이 가지를 부러뜨린다

다릿심 꽂꽂하게 버티어 선 낙엽송 사이 사이로

늘어지고 쳐진 소나무의 어깻죽지...

딱한 마음이 가지에 얹힌 눈 무게의 곱절이다

 

 

그리고 뒷산

 

온통 눈 이다

아예 봄 마져도 꽁 꽁 가두어 버릴 모양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 두터운 눈 속에서도 새순을 틔우는 초록 생명들 있음으로

봄은 기어이 오고 말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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