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선생님으로 사셨던 아버지는
술을 못 드시는 분 이었다
할아버지 께서도 그러셨다 했고
그 위로 위로 사셨던 할아버지들 께서도 그러셨다 했다
집안에 술 마시는 유전적 인자가 아예 없다는 말씀 이었다
과연 그러해서
줄줄이 낳아 길러지던 형제들도 술 이라면 아예
치성 날짜 받아 놓은 집에서 산짐승 멱 따는 일 처럼
저만치 먼 남의 집 일 이었는데
바람결에 잡티가 붙었는지
양주장 귀신이 떠돌다 붙었는지
셋째 아들 놈 하나는 귓볼에 솜털이 가시기 전 부터
되지 못하게 술을 처 먹더니만
턱 밑에 제법 수염이 돋을 무렵 부터는
온통 어울려 다니는 동무라는 것이 술귀신 붙은 망나니 들이라...
세월 흘러 흘러
바람 모서리 찬 흙에 모셔진 산소에 들려서는
아버지 한잔
나 두잔
엄마 한잔
나 세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