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고맙습니다

햇꿈둥지 2020. 12. 28. 06:03

 

 

 

#.

벽에 걸린 일력의

삼백예순세번째 장을 떼어 낸 새벽,

 

#.

달력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묵지근하고

 

#.

아랫집 영감님 창문이

덩치 큰 앞산의 창으로 밝았다.

 

#.

늘 같은 시간

우린 서로의 창을 밝혀 

고요히 마주한다,

 

#.

무선의 시대에

광선과 시선을 질기게 엮은

유선의 방식,

 

#.

한 해가 다 비워져 간다.

한 살을 더 먹었다는 것

 

#.

내 안에 옹근 나이테 더 함 없이

껍데기의 각질만 두꺼워진듯 하니

 

#.

홀로

부끄러워라,

 

#.

전지 한장의 글씨 끝에

남은 먹물로 환을 치고는

새해 인사로 두 손 모은다.

 

#.

춥고 먼 겨울길로

다시

아이들 온다는 기별,

 

#.

나는

따듯한 구심점인가?

 

#.

이 마음 조금 가벼워질 때까지

꼭 끌어안고

변덕 같은 사랑이라도 한없이 베풀 일이다.

 

#.

가는 세월로는 한 해가 비워졌지만

우리 인연으로는 한해가 더해진 것,

 

#.

모든 일에게

모든 이에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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