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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이 시절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며 완장을 차는 주번이란 것이 있었다.
조금 일찍 등교하여
교실 주전자의 물을 떠 오거나
수업 중간의 쉬는 시간에 칠판지우개를 털거나
선생님의 소소한 도움일로
수업 시간에 조차 잠시 교실 밖 출입이 허용되는
잠시 헛끝발을 날릴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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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머릿속에
그 노무 완장이 주홍글씨처럼 각인되어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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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딱지 마을에
이장을 하겠다고 나선 이가 둘이나 되었으므로
우선
스스로 손을 들어 선거관리위원장이란 것이 만들어졌고
그 아래 사무장과
세명의 선거관리 위원과
다시 세명의 참관인이 만들어졌으며
안과 밖의 안내요원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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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와 의전이 하도 엄숙하여
숨 조차 크게 쉴 수 없었다는 뒷 얘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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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례는 했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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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도 될 일을 벌여
완장 찬 이가 십여 명인데
정작 투표할 사람 수는 서른 명 남짓이니
소금 물에 간장 부은듯
그 물이 그 물,
그 놈이 그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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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뿐인가
이장, 반장, 노인회장에
사무장 총무에 대동회장이며 감사며
일마다 무신무신 위원장과 위원과 감사와 총무와...
마을에 신발 있는 사람 모두 모여
감투에 완장 하나씩을 차고도 남아 돌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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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환장이나 일 인분 하고 말지
마을 일에 마음 식어버린지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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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툼도 나섬도 없이
물처럼
바람처럼
그저 어깨 겯고 오손도손 살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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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장 뒤집어지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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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거나 말거나
오늘은 성탄 전야
모든님들 손잡아 평화와 사랑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