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 꼬댕이 온도계의 수은주가
영하 20도쯤에서 얼어 죽어 있는 새벽,
#.
추녀 끝 고드름이
겨울의 송곳니로 자라고 있었다.
#.
나는
오리 이불 속에서 빠져나와
오리 조끼 위에
오리 외투를 입은 채
오리 duck으로
겨우 겨우 겨울을 건너는 중,
#.
어둔 새벽부터 종일토록
거만한 몸짓으로 간이역을 지나가던
기차와 기찻길은
이제 전설이 되어서
#.
햇살이 빗살무늬로 쏟아져 내리는 가을날
산 속 따비밭에서 잠시 허리를 펴는 사이
차갑고 둔중한 마찰음으로 멀어지던 기차는
아련한 그리움 속으로 떠나버렸다.
#.
사람들 모두
서울이 가까워졌다고
그리하여
획기적인 지역 발전이 이루어질 거라고 환호했지만
#.
발전은 개뿔,
조금 더 큰
빨대 하나 꽂은 거겠지,
#.
올봄
포대 거름을 몇 개나 신청하겠느냐는 전화가 왔다.
#.
얼어 죽기 전에
거름부터 올라 올 모양,
#.
아이가 1학년이 된다고
입학 전 면접이 있다고 했다.
#.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송홧가루를 모아
송화다식을 만들 모양이다.
#.
입학하기 전
아이와 함께 맘껏 상상하고
무한 자유를 위해
바람같은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데
#.
그노무 코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