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오리와 겨울

햇꿈둥지 2021. 1. 6. 09:20

 

 

#.

산 꼬댕이 온도계의 수은주가

영하 20도쯤에서 얼어 죽어 있는 새벽,

 

#.

추녀 끝 고드름이

겨울의 송곳니로 자라고 있었다.

 

#.

나는

오리 이불 속에서 빠져나와

오리 조끼 위에

오리 외투를 입은 채

오리 duck으로

겨우 겨우 겨울을 건너는 중,

 

#.

어둔 새벽부터 종일토록

거만한 몸짓으로 간이역을 지나가던

기차와 기찻길은

이제 전설이 되어서

 

#.

햇살이 빗살무늬로 쏟아져 내리는 가을날

산 속 따비밭에서 잠시 허리를 펴는 사이

차갑고 둔중한 마찰음으로 멀어지던 기차는

아련한 그리움 속으로 떠나버렸다.

 

#.

사람들 모두

서울이 가까워졌다고

그리하여

획기적인 지역 발전이 이루어질 거라고 환호했지만

 

#.

발전은 개뿔,

조금 더 큰

빨대 하나 꽂은 거겠지,

 

#.

올봄

포대 거름을 몇 개나 신청하겠느냐는 전화가 왔다.

 

#.

얼어 죽기 전에

거름부터 올라 올 모양,

 

#.

아이가 1학년이 된다고

입학 전 면접이 있다고 했다.

 

#.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송홧가루를 모아

송화다식을 만들 모양이다.

 

#.

입학하기 전

아이와 함께 맘껏 상상하고

무한 자유를 위해

바람같은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데

 

#.

그노무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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