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겨울 예찬

햇꿈둥지 2005. 12. 14. 12:45

여름내 풍성한 초록을 키워내던 들판은

앙칼진 바람의 손톱에 온등을 내 맡기고도

종 종 종

잠을 버린채 산곡을 헤메었을

토끼며 고라니...

그들 가여운 몸뚱이로 찍은 발자욱이 풍성하다

 

추위는 투명하게 전도되는 것인지

달빛 도와 별빛 치렁한 밤에 조차

추녀 끝을 감아 도는 헝클어진 바람결

 

상원사 범종이 울기도 전에

풍경만 요란해서

 

등짝 같은 저 능선넘어 저잣거리로 떠날 길 이거든

머릿결 곱게 빗질이라도 해 보라고

 

추녀 끝 가지런히 고드름이 익는 밤

 

비로소

내 안으로만 열린 길로 소소 할 수 있는

이 밤의 무위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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