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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는 예뻤다

햇꿈둥지 2005. 12. 19. 11:00

 

 

시골살이 늘 반박자 늦어 노다지 일에 등 떠밀려 살다 보니

남들은 벌써 띄우고 있는 메주 쑤는 일을 이제야 시작 합니다

여름내 일없이 빈둥 거리던 가마솥을 닦아내고

아궁이에는 아예 도둑고양이가 둥지를 틀어 이제 그렁저렁 정이 들어 갈 무렵 입니다

 

 

아내의 친정 마을 작은 어머니께서 여름내 손수 키우신 콩 두가마를 구한 것이니 유기농산물로의 검증이 자신 없음에도 순수 국산콩 임에는 분명 합니다

물에 불린 후 예쁘게 장작 준비해서 아궁이 가득 불을 들입니다

뒷산 설해목을 끌어 내려 쪼개다 보니 삼십년이 넘는 동심의 나이테...

연기 속에서 느껴지는 솔향도 그러하거니와

너울거리며 허공으로 흩어지는 연기들은 동그랗게 갇혀 있던 30여년 전의 시간 이거나

그 시간 이전 치악의 바람,

혹은 깃 들였던 산새들 둥지 조각이며 금빛 햇살 이기도 하겠지요

 

 

너울 거리는 불꽃을 바라보면

눈의 촛점도 몽롱해 지거니와 그저 텅 비워진 머리로 하염없어 집니다

자작나무 불꽃을 바라보는 일이 유일한 낙 이었다는 헤르만헷세도 이런 몽환 지경을 즐겼었는지...

 

 

뽀오얀 젓빛 김이 피어 오르는 가마솥,

제대로 뜸이 들지 않는다는 아내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자주 열어 익은 콩을 줏어 먹기도 하면서

데모도 이거나

산 중 불목하니 역을 즐깁니다

 

 

꽁 꽁 얼어 붙은 산속으로 너울 너울 흩어지는 연기 또한

겨울 풍광으로는 백미 입니다

창고 건물이 사진으로 보기에도 산 속 건물 치고는 더 이상이 없겠다 싶을만큼 딱 어울리지 않는지요?

집 짓고 난 뒤 남은 자재를 알뜰하게 줏어 모아 지은 다목적(?) 공간 입니다

불을 때서 메주나 음식을 준비 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기계 장비며 왼갖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창고 이기도 하며

바닥을 파낸 지하 공간은 식품의 천연 저장고 이기도 합니다

 

 

개성있게 생긴 사람들을 비유하여

"무르팍 같이 생겼다..."거나

"메주 같이 생겼다..."는 표현에 이어

저 처럼 재주가 시원찮은 사람을 빗대어

"재주가 메주..."라고도 합니다만

보세요!

이 메주들,

과연 그 빗대은 비유처럼 오로지 부정적 느낌만을 갖게 하는지요?

메주,

참 예쁘지요?

 

그럼에도

힘겹고 지겨우리만치 손이 많이가는 과정들,

씨 뿌려 콩이 되기까지의 과정이야 그렇다치고

 

고르고

물에 불려서

불 때어 익히고

발로 딛어 으깨고

틀에 넣어 성형하고

짚으로 묶어 건조 시킨후

일정한 온도로 숙성 시켜야 하는 일련의 공들여야 하는 과정들...

 

이 힘든 과정을 포기한 요즈음은 손 쉽게 원하는 상품을 구입 할 수 있는 댓가로

검증 할 수 없고 확인 할 수 없는 품질과 공정으로 만들어진

질 낮은 식품을 먹을 수 밖에 없도록 변질되어 버리고 말았지요

 

 

메주의 어원은 만주말로 <미순>이라 하는데 12세기에 간행된 <계림유사(鷄林類事)>의 내용 중 <장왈밀저(醬曰密沮)>라고 하여 메조라는 말이 나오는데 지금의 메주나 장(醬)을 함께 일컬은 것으로 보이며 일본어의 <미소>는 된장을 뜻하니 미순,메조 등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 됩니다

메주의 기원 으로

해동역사(海東繹史)에서는 <신당서(新唐書)>를 인용하여 [발해의 명산물로써 책성(柵城)의 "시"]를 들고 있는데 "시"는 배염유숙(配鹽幽菽>, 즉 콩을 소금과 함께 어두운 곳에서 발효 시킨 것이 메조라고 하였으며 콩은 한국이 원산지로 구체적인 기록으로 삼국사기에 <밀장시>라는 말이 있어 통일 신라시대에 이미 간장과 된장이 있었으니 메주도 이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것으로 생각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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