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겨울 엘레지

햇꿈둥지 2019. 1. 20. 07:43

 


 

 

 

#.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포기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된 모양이나

일찌감치

운전 면허 포기가 아닌 운전을 포기해 볼 생각으로

버스와 전철과 지하철 이용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

이 시대 모든 경전은 스마트 폰 속에 있다

차 안에 있는 대부분의 신자들이

그 경전 앞에 고개 숙여 경건하게 묵상하고 있다

거룩하도다.

 

#.

홀아비 3년째의 박씨 영감님 댁 연탄보일러가 고장났다 하여

마을 젊은 축 몇이 우루루 몰려가서

한켠에 버리듯 쌓아 놓은 연탄재 치우고

불성실하게 매달린 바람벽 전기기구 정비하고

보일러 손질해서 가동해 놓은 뒤

방바닥 온기가 되살아나나 이불 깔린 아랫목에 손 넣으니

야옹~

고양이 한마리 튀어 나오더라

 

#.

홀아비 외로움 달래기에는

온기보다 묘기(猫氣)?

 

#.

천장의 연속 팔방 무늬는 자꾸 자꾸 잠을 부르는 몽환적 분위기를 만들어서

졸다 깨다

깨다 까무러치기를 반복하던 왼공일의 오후

결국

선밤 깨어 휘청한 걸음으로 등교를 서두르던 기억,

 

#.

창 밖 풍경 소리에 취해

까무룩 잠에 빠져 있다가 눈 떠 보니

너른 창 가득 빗살무늬로 내리는 눈송이들,

 

여기가 어딘고?

 

#.

강원도 청정지역도 미세먼지 속에 침몰해 버려서

노약자나 호흡기 질환자는 바깥 출입을 자제 하라는 권고가 있었으므로

모두들 마을회관에 모여 고스톱 경연대회를 열었다네

청단으로 One go 하고

고도리로 Two go에 쌍피가 줄지어 깔렸으니

경찰서 앞에서도 쓰리고 찬스인데

우라질~

기씨 할머이 초단에 고 바가지가 되어버려서

숨 넘어간 놈 이마빡 만지듯 쌍피 두장의 아쉬움을 끌어 안고 씨근벌떡한 회관 풍경,

 

#.

미세 먼지 나쁨

일진 나쁨

재수 나쁨

쌍피 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람,

 

#.

여든 넘어 치매로 화사?한 어머니를 위해 효자랜드를 개장한 뒤 

밥 짓고 빨래하기에 여념없는 친구를 위로하고

다시 철없어지신 엄마와 하룻밤 놀이를 위해

기타치고 하모니카 불어 드리기로 했다

 

엄마 힘 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눈물 마렵다.

 

#.

목욕했다.

온 몸에 덕지로 매달린 겨울 비늘을 벗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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