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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바람이 부는 겨울 저녘에는
잠시 관념적으로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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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는 물을 돈 주고 사야 할 수도 있대요"
우물가에서 바가지 물을 마시던 할머니께서 일갈 하셨다
"지랄을 바가지루 하구 자빠졌네..."
"미세먼지 때문에 숨 쉬는 공기를 사야 할 수도 있대요"
그 할머니 여전히 살아계셔서 이 말씀을 들으셨다면
하늘 우러러 호통 하시려나
"지랄루 부채질을 하구 자빠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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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미세먼지,
가심팍이 아릿하고도
눈에는 얇은 비닐막이 씌워진듯 하다
아침마다 빼꼼 커튼을 열어
관음증처럼 하늘을 염탐하는 일
거룩하도다 살아 있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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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우루루 죽어지거나
독하게도 견디고 견디어서 살아난다면
콧구멍에 고성능 휠터가 장착된 생명체로 진화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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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나날이
스마트 폰 액정 속에서 자랐고
그렇게 자라서 어느날 부터
빠이빠이도 했고 윙크도 했고 잼잼도 했고...하다가
이것 저것이 통째로인 종합 재롱 선물 세트를 보여 주기도 했으므로
아이들의 암수에 취한 나는 여전히
비굴한 사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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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한 내 사랑이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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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인가는 바다 건너 또 건너 남의 나라 사람이
이 산꼬댕이 스마트 폰 액정에도 나오시더라
참 허벌나게 글로벌한노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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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고 볶는 세상 밖으로 퇴출된 내 이름은
이제 병원 수납창구의 바비인형 같은 지지배들만 마음 놓고 불러대서
대답 할 때 마다
불쌍한 내 카드는 짧은 꽁지가 빠지도록 긁고 또 긁히고...
제기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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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저녘,
열이틀 상현달이 동산 위로 올랐다
미세먼지 걷어내고 뽀얗게 예쁘다
눈물겨운 은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