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내 사랑이 위태롭다

햇꿈둥지 2019. 1. 17. 17:29






#.

갈색 바람이 부는 겨울 저녘에는

잠시 관념적으로 외롭다.


#.

"마시는 물을 돈 주고 사야 할 수도 있대요"

우물가에서 바가지 물을 마시던 할머니께서 일갈 하셨다

"지랄을 바가지루 하구 자빠졌네..."


"미세먼지 때문에 숨 쉬는 공기를 사야 할 수도 있대요"

그 할머니 여전히 살아계셔서 이 말씀을 들으셨다면

하늘 우러러 호통 하시려나

"지랄루 부채질을 하구 자빠졌네"


#.

나날이

미세먼지,

가심팍이 아릿하고도

눈에는 얇은 비닐막이 씌워진듯 하다

아침마다 빼꼼 커튼을 열어

관음증처럼 하늘을 염탐하는 일

거룩하도다 살아 있음이여~


#.

우리 모두 우루루 죽어지거나

독하게도 견디고 견디어서 살아난다면

콧구멍에 고성능 휠터가 장착된 생명체로 진화 할 듯,


#.

아이들은 나날이

스마트 폰 액정 속에서 자랐고

그렇게 자라서 어느날 부터

빠이빠이도 했고 윙크도 했고 잼잼도 했고...하다가

이것 저것이 통째로인 종합 재롱 선물 세트를 보여 주기도 했으므로

아이들의 암수에 취한 나는 여전히

비굴한 사랑중,


#.

순결한 내 사랑이 위태롭다.


#.

어느날인가는 바다 건너 또 건너 남의 나라 사람이

이 산꼬댕이 스마트 폰 액정에도 나오시더라

참 허벌나게 글로벌한노무 세상,


#.

지지고 볶는 세상 밖으로 퇴출된 내 이름은

이제 병원 수납창구의 바비인형 같은 지지배들만 마음 놓고 불러대서

대답 할 때 마다

불쌍한 내 카드는 짧은 꽁지가 빠지도록 긁고 또 긁히고...

제기럴,


#.

이른 저녘,

열이틀 상현달이 동산 위로 올랐다

미세먼지 걷어내고 뽀얗게 예쁘다

눈물겨운 은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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