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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송 하옵게도
강원도 하고도 산꼬댕이의 소도시에
국립오페라단이 찾아 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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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
농기계 월동 준비로 기름 투성이였다가
비닐하우스 급수 설비의 동파 방지 손질로 동동걸음에
보일러실 청소와 정비를 한다고 허둥지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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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겨울 앞에서 동동거려 봐야
어느날 불쑥
기동력 좋은 점령군처럼 산골 누옥을 점거해 버리는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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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넘을 무렵 종종 걸음을 끝내고
마에스트로 같은 폼으로 음악회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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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참 기형적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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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이나 이 시절이나
그 나라나 이 나라나
그 사람이나 이 사람이나
그노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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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긴 그 사랑이
음악이 되고 그림이 되고 조각이 되고도 또 끊이지 않는 이야기가 되니
사랑은 단순한 개인의 감정이 아닌
인류의 지고지순한 문화사적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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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노래 3000이 들어 있다는 쪼끄만 엠피3을 본 일이 있다
아주 작은 칩 안에 노래 3000이 들어 있다는 것도 그러하지만
그 많은 노래말 중에 사랑 안들어 간 것이 없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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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쉬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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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소음에 절어 있던 귓속에
잠시
음(音)이 악(樂) 되는 황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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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단 한번도 사는 곳을 옮기지 않은 승배 할머니 집 위에
태어나서 한번도 자리를 바꾸지 않은 별들이 빛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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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별빛들
유릿조각 같은 서리로 쏟아지는 시린 밤에
고양이 걸음으로 집에 들어 다독다독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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