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겨울 건너기[2]

햇꿈둥지 2006. 1. 9. 12:03

 

 

 

바닥에서 제 몸 굳히기를 하던 메주들을 일일히 새끼로 달아 매었습니다

이렇게 바짝 말린 다음에는

뜨끈한 아랫목에 덮어 씌어 띄워야 한답니다

논농사가 따로 없으니 아랫집 미자네 집에서 얻은 짚을 꼬아 달아 매었지요

워낙 알량한 새끼 꼬기 실력이라 다 매어도 삐져 나오기를 반복하는 시행착오 끝에

집에서 가장 따듯한 벽난로 주변에 모두 달아 매었습니다

 

"밤이면 사랑방에 새끼 꼬오면서~"

노랫가사의 한 부분 처럼 제법 폼은 잡아 보았으나

손바닥만 무쟈게 아파 올 뿐

새끼 꼬기

거 참~!

노래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빈한한 먹이(?) 때문에

연기와 불꽃을 내 뿜으며 타 오르기 보다는

차가운 모습으로 대기 중인 시간이 훨씬 길던 벽난로가 제법 제 기능을 수행 합니다

저 작은 입으로 치악산을 몽땅 베어 물어 치우고도 남지...

아무리 많이 넣어도 배 부르다 소리 한번 없던 난로 입니다

간간히 뒷산 설해목을 끌어내려야  일용할 양식을 삼던 난로에

올해는 건넛 마을 베드로의 철거한 구옥 자재들이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몇대를 걸쳐 살아 오던 집이니

새 집을 지으면서도 비용이야 어찌되든 옮겨 지어 보리라던 집 이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아 그만 저희집 난로 먹잇감이 되고 말았습니다

 

뿜어져 나오는 열기만큼

미안한 마음 또한 뜨거워지는 일...

 

 

이 바쁜 중에

도자기 선생님께서 아내의 작품이 이렇게 완성 되었노라시며 들고 오셨습니다

제 눈에는 그저 형상의 모습만이 직선적으로 와서 닿건만

아내의 작품(?) 해설은 자못 진지하고 깊습니다

어쨌거나

당분간은 애지중지~ 끄떡끄떡~을 일삼아야

얻어 먹고 사는 일에 애로가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늦게나마

반성문과 사과문과 자중문을 첨부 합니다

 

아내의 도자기 선생님은

햇빛뚱님과 평생을 함께 사시는 분 입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두분께서 방문 하시겠노라는 말씀이 있으셨던 터라

장 봐 오고

청소하고

음식 준비하고...

(요기서의 문제)

아내가 계획한 메뉴는 미꾸라지 숙회 였습니다

버섯 준비하고

갖은 야채며 양념 준비하고...다 됐나?

근데여~

아 글씨 미꾸라지 숙회에 미꾸라지가 있어야지 이것 저것 다 사서 준비 해 놓았는데 정작으로 미꾸라지는 빠진 겁니다

아내의 말로는 야채 가게에서 물건을 담으며 미꾸라지를 빠트렸다...

가게 문 열자 마자 야채 가게를 찾아 가서는

어제 몇시쯤에 이러 저러케 생긴 어벙한 아줌씨가 야채를 사는 과정에서 오늘 메뉴의 핵심인 미꾸라지를 빠트리고 간 것이 분명하다...그러니 내 놓아라...

한바탕의 소동에도 불구하고 미꾸라지는 미꾸라지 처럼 빠져 버린거라...

 

하는 수 없이 미꾸라지 다시 샀는데

오시는 날이 장날 이라고

이날 아침따라 마을회관에 어르신들 드시라고 과자 두 박스 들고 내려간 것이 화근이 되어

이분 저분이 건네시는

해장술 일병반+선생님과 점심 먹으며 혼자 먹은 쐬주 일병=필름 끊김...의 결과로 이어져 모처럼 오신 분들 대청에 버려 두고 안방에서 기절해 버렸습니다

 

늦게나마 국민의 이름으로 사과 드립니다

 

담에 또 오실 때는 절때루 해장술을 마시지 않을 것을 맹세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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