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어수선 대수선,

햇꿈둥지 2022. 9. 21. 07:11

 

 

#.

찬 이슬 내리고

아침은 시리다.

 

#.

이렇게

숲 속의 나무들이 수척해지고

들판이 비워지고 나면

겨울이 불쑥

점령군 처럼 들이닥치는 산골,

 

#.

서 산

눈시울이 붉다.

 

#.

하수구와 싱크대의 연관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고단한 목공 일에 멱살 잡혀

여러 날 째 톱질 중,

 

#.

아무리 잘 박아도

못 박기,

잘 뽑아도

못 뽑기,

 

#.

날마다 설거지는

사은품,

 

#.

백수의 팔자가

버롸이어뤼 하도다.

 

#.

퇴직 후

몇 해 깍두기 일을 하던 후배의 전화,

-이제 완전 백수를 시작하겠습니다.

-넌 이제부터 주겄따.

 

#.

이 친구가 도대체 어떻게 이 산 중에 올랐는지

아내의 화분 속에 어느 날 꽃 한 송이 피었는데

제법 예쁜 얼굴에도 새촘이 가득하고도

한사코 통성명을 거절,

손전화를 코 끝에 들이대면 이름을 갈촤주는 용한 짓을 한다 하여

하루에 서너 번씩

한 열흘 용을 쓴 끝에 기진하여 여쭙기를

고수님들!

요 놈 이름 좀 갈촤 주시어요~

 

#.

어수선한 누옥의

대수선을 마무리 짓고

 

#. 

추운 날들 동안

마음 청소에 정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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