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추석 고요,

햇꿈둥지 2022. 9. 9. 12:22

 

 

#.

벌초를 끝내고

미리 명절 차례 올렸다.

말하자면

One stop 으로···

 

#.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조상님 혼령께서도

귀신 같이 아실 일,

 

#.

딸만 둘인 며느리는

명절 때마다

친정어머니께서 홀로 계셔야 하는 것,

 

#.

명절이 두 번이니

추석엔 친정으로 가도록 하였다.

두 번 다 가도 괜찮고···

 

#.

배추 모종을 두 번씩 이나 심었지만

고라니만 두 번씩 이나 횡재를 했으므로

그 빈자리에 

다시 무 씨앗을 넣었다.

 

#.

어둠 속에서

반딧불이를 만나는

황홀한 산골,

 

#. 

모든 것이

기적이다.

 

#.

여름 지나도록 

추녀 끝에서 수박덩이만큼 여물어 가던 말벌집을

야음을 이용하여 떼어냈다.

 

#.

갑작스러운 횡액으로

벌집 가득 우왕좌왕하던 생명들,

 

#.

더불어 살아가는 일은

여전히 지난하다.

 

#.

바람과 비에 씻긴

맑은 달이 떴다.

어느새 8월의 열나흘,

 

#.

아무것에도 

설레지 않는 명절,

다만

고운 손으로 반달 같은 송편을 빚던

달빛 같은 누이 생각,

 

#.

날이 갈수록

이승의 인연을 거두어

저승으로 떠난 이들이

기억의 갈피마다 채곡하니

이제 그만

골골 늙어도 되겠다.

 

#.

네 번째 코로나 예방 접종하고 이틀 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 이상 증세가 있으신가요?

- 정신 이상 증세 같은 것도 쳐 주나요?

 

#.

어쨌든

올 추석,

세상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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