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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에 비 오시고
입춘 지나 우수가 멀지 않은 날
맘 놓고 눈 내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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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를 얼어 죽게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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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궁이에 불 넣고
등짝 따스한 한밤을 도모하던 저녁 무렵에
갑작스런 도시의 호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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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시 한편을 더듬더듬 마친 시간
하필이면 퇴근 시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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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금엉금 주행법 밖에는 아무 방법이 없는 길에
규정 속도 100km를 준수 하라는
내비게이션의 철 없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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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때문에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도시의 거리는
통째로 묵언 수행을 시작 했는지
각양각색의 마스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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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에 서식하는 나와
가로등 현란한 도회의 사람들은
같은 온도의 몸을 가지고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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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분분한 사람의 거리
묵묵한 이치뿐인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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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먼지로 담묵 지어진 도회의 건물들은
마천의 높이로 아득하고 음울해서
이승의 풍경인지
저승의 풍경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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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움 속살 깊이
가로등 요란한 도시의 구석에 누워
밤 새
감자 심을 궁리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