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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다이어트

햇꿈둥지 2020. 2. 26. 13:19

 

 

#.

한 이삼일쯤 이면 끝나겠거니의 계산은

오산 이었다.

 

#.

아내는 딸네집에서 아이들을 끌어 안고

나는 산골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끌어 안고

이주째가 되어간다

 

#.

결혼 후

처음의 이산,

 

#.

그런대로 잘 적응해가는 탓인지

편안하기 까지하다.

 

#.

문제 하나,

반찬이 달랑거리기 시작 했으므로

잠깐의 고민 끝에 자구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다.

 

#.

냉장고,

미로 이거나

우렁이 속 같아서

냉동고를 열 때는 주의해야 하는 법을 깨우친다

 

#.

돌덩이 보다 더 단단하게 얼어 있던

정체 불명의 비닐 봉지가 발등에 떨어지는 봉변이 도사려 있음을,

 

#.
제조년월일을 확인해 보니

우리

결혼한 해가 표기되어 있다.

유물급이다.

 

#.

도를 닦는 마음으로

오래되어 식품의 기능을 상실한 이것 저것들을 모두 치운다.

 

#.

홀로의 식단은

지독하리 만큼 단순하다

씻어야 하는 그릇을 줄이기 위한

작은 계산 때문 이기도 하다.

 

#.

그러나 또

이해하구 말구,

 

#.

냉장고 속의 이 혼돈은

하나라도 더 해 먹이고 싶던 애정의 잔유임을,

 

#.

한나절 땀 흘림 끝에

냉장고가 다소 헐렁해졌음으로

이를 기념하여 청국장을 끓이고자 한다

 

#.

두부와 고기도 조금하고

뒷밭에 뿌리 실한 냉이도 준비했으니

오늘 저녁엔

옆 동네 홀아비라도 불러 겸상을 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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