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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삼일쯤 이면 끝나겠거니의 계산은
오산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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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딸네집에서 아이들을 끌어 안고
나는 산골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끌어 안고
이주째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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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처음의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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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대로 잘 적응해가는 탓인지
편안하기 까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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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하나,
반찬이 달랑거리기 시작 했으므로
잠깐의 고민 끝에 자구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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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미로 이거나
우렁이 속 같아서
냉동고를 열 때는 주의해야 하는 법을 깨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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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덩이 보다 더 단단하게 얼어 있던
정체 불명의 비닐 봉지가 발등에 떨어지는 봉변이 도사려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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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년월일을 확인해 보니
우리
결혼한 해가 표기되어 있다.
유물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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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닦는 마음으로
오래되어 식품의 기능을 상실한 이것 저것들을 모두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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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의 식단은
지독하리 만큼 단순하다
씻어야 하는 그릇을 줄이기 위한
작은 계산 때문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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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또
이해하구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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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속의 이 혼돈은
하나라도 더 해 먹이고 싶던 애정의 잔유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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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절 땀 흘림 끝에
냉장고가 다소 헐렁해졌음으로
이를 기념하여 청국장을 끓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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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와 고기도 조금하고
뒷밭에 뿌리 실한 냉이도 준비했으니
오늘 저녁엔
옆 동네 홀아비라도 불러 겸상을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