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외계 기호

햇꿈둥지 2020. 2. 11. 16:15

 

 

#.

그의 이름이 지워져 있었다.

 

#.

ㅇㅇ씨 이거나

ㅇㅇ아버지로 불리던 이름 대신

627번이 그의 이름을 대신하고 있었다.

 

#.

거듭된 음주운전과

유예 기간 중에 다시 사고를 낸 것,

 

#.

"믿을건 돈과 세월"이란 낙서가 선명한

접견실을 나서던 시간

쉰 목소리로 산비둘기가 울었는지...

 

#.

해 넘어가면 영하로 곤두박질을 하는 기온은

한낮엔 초여름 날씨 만큼 더워서

잠시 산에 들어 나무 한짐을 져 내리는 동안

온몸이 땀에 젖었다.

 

#.

양지녘이 제법 파릇 하고도

겨우내 잊었던 소리들

작은 풀숲에 종종이는 산새들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와

겨울의 꼬리로 느껴지는 바람 소리...들...

 

#.

누워있던 나뭇등걸에

외계의 기호같은 문양들,

 

#.

껍데기 사이의 속살을 갉아대던

작은 벌레들의 궤적이었다.

 

#.

우리 일상의 깊은 곳 이거나

아주 먼 곳에서 은밀하게 만들어지는 아름다움들

 

#.

그런 일들이 불꽃이 되어

구들을 달군 산골짜기 오두막

 

#.

혼곤한 꿈길에

여우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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