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병참선(兵站線)

햇꿈둥지 2020. 1. 17. 11:41

 


 

 

 

#.

산골짜기 새벽은

아랫집 영감님의 해수 소리로 밝아진다.

 

#.

이 산꼬댕이에서

하루죙일 쏟아져 나오는 FM음악을 탐하여

요리조리 궁리궁리하여 안테나를 하나 세웠더니

세상에나

하느님 기침 소리까지 나오더라

 

#.

아내가

아이들 동화구연으로 시내 봉사 활동이 빈번 하더니

동화작가 수업을 시작 하겠단다.

 

#.

참 바쁘시도다

동화 작가 수업 해야지

네팔 갈 궁리 해야지

 

#.

새벽달을 우러러

네팔 계획이 나가리가 되라고

빌고 또 빌고,

 

#.

한달에 두어번,

집이 아닌 반찬 공장으로 느껴질 만큼 부산스러운 날이 있다.

농사철에 갈무리 해 둔 온갖 재료들과

특별히 장을 봐서 들인 재료들이 2박3일쯤

지지고 볶고의 과정을 거친 뒤

아이들 집으로 보내지는건데

 

#.

다소 호들갑스러운 감탄사 앞에

너무너무 맛 있다는 겹강조어가 얹히므로써

아내의 오지랖은

더욱 넓게 더욱 강하게 무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

덜어내어 비워지고도

가득 찬 듯한 마술 같은 일들,

 

#.

꼭 음식만이 아닌

서로의 애정이 따듯하게 결속되는

서로의 병참선인 것,

 

#.

춥지 않은 겨울 이라고 모두들 걱정인데

이 골짜기는 아침마다 영하 15도쯤,

 

#.

온날이 따땃 포근하다는데

골짜기 홀로 독야냉냉,

 

#.

씨감자가 나온다는 기별,

 

#.

겨울 참,

별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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