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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짜기 새벽은
아랫집 영감님의 해수 소리로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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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꼬댕이에서
하루죙일 쏟아져 나오는 FM음악을 탐하여
요리조리 궁리궁리하여 안테나를 하나 세웠더니
세상에나
하느님 기침 소리까지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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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이들 동화구연으로 시내 봉사 활동이 빈번 하더니
동화작가 수업을 시작 하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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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바쁘시도다
동화 작가 수업 해야지
네팔 갈 궁리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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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달을 우러러
네팔 계획이 나가리가 되라고
빌고 또 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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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두어번,
집이 아닌 반찬 공장으로 느껴질 만큼 부산스러운 날이 있다.
농사철에 갈무리 해 둔 온갖 재료들과
특별히 장을 봐서 들인 재료들이 2박3일쯤
지지고 볶고의 과정을 거친 뒤
아이들 집으로 보내지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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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호들갑스러운 감탄사 앞에
너무너무 맛 있다는 겹강조어가 얹히므로써
아내의 오지랖은
더욱 넓게 더욱 강하게 무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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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어 비워지고도
가득 찬 듯한 마술 같은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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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음식만이 아닌
서로의 애정이 따듯하게 결속되는
서로의 병참선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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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지 않은 겨울 이라고 모두들 걱정인데
이 골짜기는 아침마다 영하 15도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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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날이 따땃 포근하다는데
골짜기 홀로 독야냉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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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씨감자가 나온다는 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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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참,
별 것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