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무량가을,

햇꿈둥지 2020. 10. 14. 05:29

 

 

 

 

#.

고추 말림용 비닐하우스 한 동을 지을 궁리로

건너 마을 아우에게

이러저러한 크기의 중고 비닐하우스 자재를 구 할 수 있겠는가 물었더니

어제 문득 전화하여

재 너머에 비슷한 크기의 비닐하우스 세동이 있는데

셀뿌로 철거해야 한다는 기별,

 

#.

작업 할 곳에 도착하여 보니

아담한 흙집도

철거해야 할 비닐하우스도 설치한 지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

연유를 물으니

귀촌한 주인 양반이 갑자기 병이 생겨

급히 팔고 치료를 위해 떠난다는 것,

 

#.

함께 일을 하는 아우는

허리를 펴고 쉬는 종 종

요따우 푸념을 쏟아냈다.

 

#.

뉘기는 암 치료를 위해 비닐하우스를 버리고

정신 나간 두 암 쟁이는 비닐하우스를 옮겨 짓겠다고

가을 햇볕 아래 생똥 쌀 고생을 하고,

 

#.

온 몸이 물에 가라앉는 듯 힘들었던 밤

깊은 새벽에 또르륵 문자 하나가 왔다.

 

#.

나날이 치매로 익어가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시골집으로 들어 간 친구가 화장실에서 쓰러져

1+1의 상황을 만들었노라고...

 

#.

이 가을이 눈물겨운 건지

우리 사는 게 눈물겨운 건지,

 

#.

사실 요즘은

별거 아닌 일에도 자주 찔끔거린다

 

#.

활명수 한 병 곱게 싸들고

친구의 이마를 짚어보고 와야겠다.

 

#.

집 비워주고

새로 구 한 제 집 들어가는데 한 달의 공백을 만든 딸과

금쪽같은 아이들이

그 시간을 산 중에서 메꾸겠노라 몰려와서

무덤 속 같던 누옥이 왁자하고 지껄하다.

 

#.

무량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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