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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이 가기 전에 죽을 것 같아
너를 보면 나을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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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 누워 한 시간 가량 진행되는
고문 같은 청력 검사가 끝날 때쯤
엄살이 덕지로 붙은 문자 하나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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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치매 간호로 지쳐 빠진 친구가
파도 위에 누운듯한 바닷가에서 보낸
구조 신호였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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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길 세 시간을 달려
그의 엄살을 기꺼이 위로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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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은 지난 시간의 얘기들과
다시 반복되는 이야기를 간증처럼 쏟아내기도 하는
그의 옆에 누워
가만히 혼절해 버린 바닷가 작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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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까지도 그토록 화려 했다는
알록달록 오색 계곡의 단풍 길은
이제 얼룩덜룩한 갈색 길이 되어 있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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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산 길에서
서실 도반님을 조우하였기에
서로 손 잡아 알록달록 환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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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잡는 아버지가 모처럼 만선으로 돌아온 날,
그의 아내는 부둣가 횟집에서 우리를 낚았으므로
푸른 파도처럼 등 푸른 생선의 반짝이는 살점들이
두서없는 산행으로 주렸던 뱃속을 다독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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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바다 위로
둥실 떠 오른
열나흘 달빛에 취한 누구든지
슬픈 얘기는 하지 않아도 되는 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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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 같은 아이들이
불빛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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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보다 먼저 누워
겨울의 길이 되어 있는 갈대 곁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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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월정사 입구
삼 년 공력으로 공방과 찻집을 지었다는 장한 사람의 집에 들러
수다 수다하였으므로
불현듯 소풍은
참 행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