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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스럽던 태풍들 모두 물러가고
어지럽던 틈새
백로의 절기가 지났으니
이제 맘 놓고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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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허공을 한알씩 움켜쥐어
알밤
또
알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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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실했던 여름날에 대한 반성도 없이
가을이 되고도
여전히 꽃은 향기롭고
꽃 진 자리에는
열매가 주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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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건조기는
그저 말리는 기능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님을
건조기 사용 10년쯤에 터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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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과정 과정에 적잖은 내공이 감추어져 있음으로
인터넷 구석구석을 뒤져 비급을 구한 바
밤늦도록 초식을 연마하여
드디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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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운동길
시린 이슬 내리고
반쪽의 하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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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에는
가지도
오지도 말라고 일찌감치
모두에게 알렸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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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등잔불 아래 늦도록
나눌 이 없는 송편이라도 빚어야
쪼오끔 마음이 진정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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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소로
성능 좋은 마스크 하나씩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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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는 딸에게
아내가 했던 말,
"결혼한 여자에게 친정은 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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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도시 살이
친정 엄마 가까이 사는 친구들을 그토록 부러워하더니만
드디어
그 숙원의 해법을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친정 가까운 도시로 이사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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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은 시절
남의 팔자 들여다 보기에 제법 용한 사람이 있어
자신 있게 말 하기를
말년에는 모든 운이 활짝 펴서
천하에 없는 복을 누릴 팔자...라고 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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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없는
개뿔 점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