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개뿔 팔자,

햇꿈둥지 2020. 9. 11. 16:22

 

 

#.

요란스럽던 태풍들 모두 물러가고

어지럽던 틈새

백로의 절기가 지났으니

이제 맘 놓고 가을,

 

#.

푸른 허공을 한알씩 움켜쥐어

알밤

알밤,

 

#.

불성실했던 여름날에 대한 반성도 없이

가을이 되고도

여전히 꽃은 향기롭고

꽃 진 자리에는

열매가 주렁하고,

 

#.

고추건조기는

그저 말리는 기능으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님을

건조기 사용 10년쯤에 터득한다.

 

#.

말리는 과정 과정에 적잖은 내공이 감추어져 있음으로

인터넷 구석구석을 뒤져 비급을 구한 바

밤늦도록 초식을 연마하여

드디어 성공,

 

#.

새벽 운동길

시린 이슬 내리고

반쪽의 하현달,

 

#.

올 추석에는

가지도

오지도 말라고 일찌감치 

모두에게 알렸으므로

 

#.

흐린 등잔불 아래 늦도록

나눌 이 없는 송편이라도 빚어야

쪼오끔 마음이 진정될 듯,

 

#.

송편 소로

성능 좋은 마스크 하나씩 넣어야겠다.

 

#.

결혼하는 딸에게

아내가 했던 말,

"결혼한 여자에게 친정은 빽"

 

#.

먼 도시 살이

친정 엄마 가까이 사는 친구들을 그토록 부러워하더니만

드디어

그 숙원의 해법을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친정 가까운 도시로 이사를 한다고 했다

 

#.

내 젊은 시절

남의 팔자 들여다 보기에 제법 용한 사람이 있어

자신 있게 말 하기를

말년에는 모든 운이 활짝 펴서

천하에 없는 복을 누릴 팔자...라고 했으나

 

#.

천하에 없는

개뿔 점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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