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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꽃들은
몹시도 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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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의 햇볕에 홀려 화들짝 피었다가
며칠의 된서리에 우르르 얼어 버린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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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산들이
온통
연두하여
그윽히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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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꽃잎처럼
떨어져 누운 사월의 스무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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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하늘을 우러르지 않고
다만
땅을 굽어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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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을 무심한듯 관조하여
조심스럽게 때를 가릴 줄 아는
할미꽃의 내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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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서리 내리고
한 낮엔 30도에 육박하는
변덕 무쌍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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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잠깐
비닐하우스 안 모종을 돌보던 중에
땀 바가지가 되어 되돌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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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차 에어컨이 나날이 바쁘니
기후 변화 탓만이 아닌
체질 변화의 탓도 또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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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부터 계획한 일이 있어
한 주일째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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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너머 시내로
아침마다 등 하교 시키기에
저녁 잠자리에는 동화책 읽어 주기에
듣도 보도 못하던 주전부리 사 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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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분리 증세가 느껴지는 중에도
그저 빙그레 행복하니
이거
중증의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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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모종이
잡아당긴 듯 자라기 시작했다.
옥수수 욕심이 유별난 아내는
모종판에 800의 씨앗을 부어 놓은 채
물 주고 키우기는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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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기는 백수이나
하는 일이 이토록 곤비하니
봄 날이 가는지
봄 일이 고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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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그저 흐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