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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겨우 꽃 피운 토종 목련은
서리 한 방에 우르르 무너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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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무상하고
산골의 봄날은 유상(有霜) 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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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할머이가 막내아들 대동하고
허위허위 올라와서는
넓힌 길을 이용하여 집 앞의 밭을 돋우고자 하였으나
마을 이장과 몇몇이 시끄럽고 먼지가 난다는 이유로 브레끼를 걸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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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나한테 오셨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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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틀니 빠지게 할 말 많으신 할머이의 중재 요청을
오지랖에 감싸 안고 마을회의 끝판에 들어가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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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길이다
길 만드느라고 고생한 이를 포함해서 누구든지 다닐 수 있어야 한다
마음에도 길 하나 제대로 만들자고
평생의 시간을 들여 책 보고 공부하는 거다.
이게 뭐냐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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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 집 할머이
다시 공사 시작 했다고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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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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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지난해 이맘때쯤 쌩고생하여 건립? 한 우체통에
딱새 부부가 무단입주 해서는 내부 공사가 한창인지라
잠시 고민하기를
싹 치워버릴까 하다가
함께 살기로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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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걱정이
부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도서류를 집어넣으면
새 알이 깨지든지
새 대가리가 깨질 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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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님 전상서
그저 방 뺄 때까지만 봐주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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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일 다 생기는
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