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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농사 전
경운기와 관리기를 가동하는 일에
온 힘을 다 소진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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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고 순한
소 한 마리 키우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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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불통의 늙다리 기계뭉치들을 깨우는 일에
구렁이 알 같은 사흘의 날들을 탕진하고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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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가 목련이
팝콘처럼 피어나서
앞뒤 순서 따질 것 없이 우르르 피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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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동안은
한 여름 땡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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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심고
이런저런 채소들의 씨앗을 뿌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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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밭을 가는 새
비틀비틀 나비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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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란 다분히
관성적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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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몽환적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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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엔
연두 순과
초록 잎을 쥐어 뜯어
봄 햇살 한 끼로 받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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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 이거나
기적 말고는
이해도 설명도 불가능한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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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산 싸리나무꽃이
포말로 밀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