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관성적 농사,

햇꿈둥지 2023. 4. 2. 16:43

 

 

#.
본격 농사 전
경운기와 관리기를 가동하는 일에
온 힘을 다 소진해 버렸다.

#.
늙고 순한
소 한 마리 키우는 게 낫겠다.

#.
고집 불통의 늙다리 기계뭉치들을 깨우는 일에
구렁이 알 같은 사흘의 날들을 탕진하고 나니

#.
마당가 목련이
팝콘처럼 피어나서
앞뒤 순서 따질 것 없이 우르르 피는 꽃들,

#.
낮 동안은
한 여름 땡볕이다.

#.
감자 심고
이런저런 채소들의 씨앗을 뿌리거나

#.
느릿느릿 밭을 가는 새
비틀비틀 나비 한 마리,

#.
농사란 다분히
관성적 행위이다.

#.

몽환적
반복,

#.
점심엔
연두 순과
초록 잎을 쥐어 뜯어
봄 햇살 한 끼로 받들었다.

#.
은총 이거나
기적 말고는
이해도 설명도 불가능한 날들,

#.
뒷 산 싸리나무꽃이
포말로 밀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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