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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목련나무가
통째로 꽃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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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래 분분한
순백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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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화엄을 얘기할 것 없는
아름다움 겹겹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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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살아있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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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분주하다.
왼갖 것 물어다가
사방이 집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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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도 도구도 없이
작은 부리 하나 수고롭게 하여
곡선과 곡선을 잇대어 만들어내는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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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도구를 사용하여
직선과 직각을 만들어내는 우리 모두
내 몸 받아 주고
다시 이 몸 담아 줄
자연의 품에 대해 조금 더 겸손해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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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겨우 감자를 넣고 난 다음 날,
아랫집 할머니 말씀처럼
약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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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감자 싹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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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개승마가 울울하게 치솟던 날
손님이 오셨고
그들의 환호작약 속에
고운 순들은 모두 베어지는 수난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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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나
손님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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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더하기 일은 일,
일 빼기 일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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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불변 공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