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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경, 4차 항암 치료를 위해 입원, 부정기적인 체온의 변화가 있을뿐 특별한 징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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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화장실 출입은 물론 아주 단순한 일도 숨이 차서 할 수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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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의 경과 관찰 선언에도 불구하고 눈치있는 간호원의 산소포화도 검사 결과 측정치 85 이하로 계속 경보음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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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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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동안의 혼수상태
두번의 임종준비
그리고 겨우 정신을 수습하여 깨어난 날은 묘하게도 부활절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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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손잡고 눈빛을 나누었음에도
내 기억 속에서는 모든게 제로 상태 다만, 죽음으로 반추되는 노란 튜브속의 환상과 또 다른 환상들
그렇게
반쯤 절명한 상태 속에서 항암치료 조차 중단한채 한달 가량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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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항암 치료,
나도 의사도 죄다 쫄았다
치료 전 폐의 상황을 관찰 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공을 들였고
처음부터 무균 병동을 선택해서 살얼음판 건너기에
그 동안의
일주일 항암치료, 2주일의 자택 관찰 방식을
일주일 항암치료 후 2주일 경과 관찰로 바꾸었는데
항암 1주일 후 부터 곤두박질을 시작하는 백혈구 수치와 면역력 수치와 이런저런 위험 징후들...
경과 관찰의 방식은 힘들고 지루한 중에도 유효 했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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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3월 이 후,
웬놈의 폐렴 덕분에 죽다 살아나긴 했는데 어쨌거나 저쨌거나 불쌍한 내 카드의 똥꼬에서 불이 나도록 치료비를 긁어댄 결과
나는 아직 살아 있으며 의사샘의 처방과 시술에 따라 나날이 찐한 암쟁이가 되어가는 동안
창밖 나무들은 푸른 입하의 그늘 위로 위풍당당 하다
기어이 봄날은 다 가버리고 설운 꽃잎만 늙은 봄의 등때기에 소복히 얹혀 있는 소토골
언제 피었는지를 알 수 없으니 언제 떠날것 조차 알 수 없는 튜립 몇송이를 멱살 잡아 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