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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엘 다녀오면 달력부터 한장씩 떼어야 했다
주기와 소요시간의 부정확함에도 얼렁뚱땅 한달쯤의 시간들이 소진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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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자기 치료 횟수를 정해놓고 치료를 시작은 하지만 그 기간이 끝날 무렵쯤
우리들 공통의 문제,
항암치료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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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내 살아 있음의 유일한 확인 방법은 인공호흡기에 복합적으로 매달려 있던
혈압계와
산소포화도측정기 외에도 이런저런 정밀 의료 기기들이 각종의 숫자들을 고집스럽게 붙들고 있었고
그 수치가 확보되고 유지되는 것만이 "사는 것" 또는 "회복"이라는 용어로 표현 될 수 있었다
기계적으로 깨어나
다시 영혼을 갖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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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항암 치료...
섣부른 의사는 조심스럽게 "완전관해(完全 冠解)"를 얘기 했었지만
애초부터 그랬던 것 처럼 내 몸 어딘가에 완화되어 머물고 있을 것,
다만,
호랑이 처럼 먹던 이가 토끼처럼 먹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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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내와 함께 입원 짐을 싼다.
"이젠 차라리 병원이 편하다"는 아내의 표현 앞에 나는 미안하지 않기로 한다
아궁이 방
산쪽 창문 틈새에 알 다섯개를 품어 앉은 박새 부부에게 집도 빼앗겼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