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모든 것들의 과정

햇꿈둥지 2013. 6. 9. 16:38

 

 

 

 

#.

병원엘 다녀오면 달력부터 한장씩 떼어야 했다

주기와 소요시간의 부정확함에도 얼렁뚱땅 한달쯤의 시간들이 소진되고 있는 것,

 

#.

대부분

자기 치료 횟수를 정해놓고 치료를 시작은 하지만 그 기간이 끝날 무렵쯤

우리들 공통의 문제,

항암치료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내 살아 있음의 유일한 확인 방법은 인공호흡기에 복합적으로 매달려 있던

혈압계와

산소포화도측정기 외에도 이런저런 정밀 의료 기기들이 각종의 숫자들을 고집스럽게 붙들고 있었고

그 수치가 확보되고 유지되는 것만이 "사는 것" 또는 "회복"이라는 용어로 표현 될 수 있었다 

 

기계적으로 깨어나

다시 영혼을 갖는 일,

 

#.

마지막 항암 치료...

섣부른 의사는 조심스럽게 "완전관해(完全 冠解)"를 얘기 했었지만

애초부터 그랬던 것 처럼 내 몸 어딘가에 완화되어 머물고 있을 것,

다만,

호랑이 처럼 먹던 이가 토끼처럼 먹어야 한다는 것

 

#.

다시

아내와 함께 입원 짐을 싼다.

"이젠 차라리 병원이 편하다"는 아내의 표현 앞에 나는 미안하지 않기로 한다

아궁이 방

산쪽 창문 틈새에 알 다섯개를 품어 앉은 박새 부부에게 집도 빼앗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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