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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옹크린 몸으로 종종걸음 칠 것 없는
조금은 느슨한 겨울날들이 바람처럼 흘러
새 해의 닷새를 비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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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져
더러는 기울고 부서져 가던 외갓집을
홀로의 고투 끝에
제법 전문가처럼 되살려 놓은 S교수는
그 집을 강의 장소로 활용하여
불교 철학 강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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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끝나는 연말쯤
20일의 일정으로
네팔 현장 학습 까지를 한 묶음으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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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수강생들 중에는
격주로 서울에서 충주까지의 길을 왕복해야 하는
열혈 학생들도 끼워
소수정예의 구성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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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카트만두 H 호텔의 순박한 사람들과 약속했던
'기어이 다시 만남'을 실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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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그니들에 나누어 줄 선물을 궁리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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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모둠 공부로 익혔으나
잊어 먹은 것이 태반인 데바나가리를 곁드리 수업으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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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승 불교 경전 하나를 홀라당 파 먹은 뒤에
다음 겨울이 시작 될 날들쯤에
서로서로 손 잡아 훌쩍 다녀오기로 했으므로
늙어 가는 나이에 관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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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1년 뒤쯤에 설정된 공통의 꿈을 안고
설레며 행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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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을 나는 동안
비록 삭아가는 껍질이나마
옹골진 씨앗 하나 봄 꿈으로 꼭 붙잡고 있는
사진 속 알맹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