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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열나흘
치렁한 달빛에 잠 깨인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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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가득한 서리꽃,
보이는 모든 것들이 꽁 꽁 얼어붙는 날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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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맞은 아이들은
상하의 먼 이국에서
깔 깔 깔
물놀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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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헤어진 동무들을
늙어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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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휘감긴 나이테 같이
얼굴마다 음각된
골 깊은 주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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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을 돌아 만났거니
여전히 손 잡은 채
까까머리 흑백의 기억들을 들추어
오랫동안 수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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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방송으로
이제 그만 허리를 펴고 영농 교육을 받으라는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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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겨울 갑갑증을 털어내기 위한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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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도
성냥갑 만한 난로 곁에
따개비처럼 들러붙어
온통의 책을 늘어놓은 채
짬뽕으로 책 파먹기 놀이 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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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쯤에는
다시 눈이 내리겠다는
확률 60%의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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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산골짜기 내 집은
여전히
겨울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