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별빛으로 눈,

햇꿈둥지 2025. 1. 28. 17:15

 

#.
깊은 밤,
보자기 만한 창 문을 열면
이마를 맞댈 수 있을 것 같은 거리쯤의
수 많은 별들,

#.
별들이 가슴속으로 뛰어들어
청량한 숨길이 된다.

#.
이 집 지을 때
집 안에서 술래잡기가 가능 하도록
이리저리 여러가지 구조를 궁리 했었으나
아내도 나도
다시 아들 딸도
단 한 번의 집안 술래잡기를 한 일은 없었으나
푸른 시간이 지나고 흘러
예쁜 네 마리의 아이들이
작은 물고기처럼 뛰어다니며
술래잡기를 하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하거나
눈 밭을 굴러 눈 강아지가 되어 들어 오거나...

따듯한 소란,

#.
2학년 꼬맹이의 제안으로
초밥을 만든단다.

#.
연어와
문어와
차돌박이를 동원하여
무자격 셰프들이 셀프 초밥을 만드는 일,
어느
손 크고 마음 넉넉한 꼬마 셰프에 의해
커다란 고추냉이가 들어간 초밥 한 덩이는
함정 이거나
고초가 되기도 하는
복불복 초밥,

#.
초밥을 먹는 게 아니라
지뢰밭을 건너는 느낌,

#.
벽난로가
주홍빛 따스함을 뿜어내고
아이들은 적당히 소란스럽고
음식 만드는 일들로 도란도란 분주한 
산속 누옥,

#.
보고 싶었던 모두가
아무 걱정 할 일 없이 
손 닿을 자리에서 도란거리는
까맣게
깊은 밤,

#. 
지난밤 별빛들이
몽땅 함박눈이 되어 내리는지

#.
또 한켜의
하얗고 따듯한
우리들의 나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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