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뫼비우스의 띠

햇꿈둥지 2007. 8. 20. 07:20

 

 

#.

아내의 친구들이

수학여행 온 여고생들 처럼 몰려 들었다

새?부터

장에 나가 과일을 준비하고 쌈채를 준비하고

불을 피우고 정자에 상을 펴서 닦고 음식 나르고...

그리고는 술상 한 귀퉁이에 붙어 앉아 감읍한 표정으로 몇잔쯤을 얻어 마시고...

 

아무래도

이노무 세상이 모계 중심 사회로 돌아 가고 있는 것 같다 

 

 

#.

장마와 호우를 더해

길고 지루한 빗속의 날들을 건넌 해바라기는 인색한 햇빛을 모으느라

껑충 키만 키우더니 기어이 몇일전 센 바람에 넘어지고 말았다

아래 부분을 막대 세워 버팀해 주었더니

자연은 참 신비롭기도 하지...

꽃대궁을 수도 없이 틔우길래 일일이 잘라 버렸다

생존의 조건이 나빠지면

즉시

량적인 종족 번식의 방법을 택해 버린다는 사실,

 

사람살이 또한 그러 하겠지만...

 

 

#.

꽃잎 처럼 숨어

찾아 든 곤충을 포획 하려는 음흉한 당랑을 만난다

초록 잎사귀 위에 또 다른 잎사귀 처럼 숨어 날개 달린 목숨 하나를 노리는 그 음모에도 불구하고

손 잡아 주고 싶을 만큼 따듯한 마음이 이는건

다만

먹이를 구 하고자 할 뿐

그 먹이의 영혼까지 먹어 치우는 사람의 잔인함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 이겠지

 

자연,

 

 

#.

한적하던 시골 길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긴 비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뙤약볕을 건너 계곡물로 뛰어 들어서

물속 가득 사람의 더위들이 씻겨 내려 가고 있었다

그리고 떠난 자리

물속에 들었던 사람의 숫자보다 더 많은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 있었다

 

다시는 안 올 것 처럼...

 

그러나 다시 와야 한다

손 잡고 함께 왔던 내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할 터전 이기에

찾아 왔을 때 보다

더욱 정갈한 터전이 되도록 깊은 마음으로 어루만져 닦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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