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고로쇠 효과(?)

햇꿈둥지 2007. 8. 22. 20:14

 

 

 

 

산 중에 사는 촌놈이

저 아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잠시 떫은 눈으로 꼬나 보다가

개떡 같은 "고로쇠 효과"라는 말을 하나 만들어 봤어

 

그러니까

이 개떡 같은 고로쇠 효과 라는 것 들을 조목 조목 나열 하자면

 

#.

강원도 산골짜기 짱돌 투성이의 밭을 갈아 이른봄 부터 배추 씨 뿌린 종구씨는

땀을 뻘 뻘 흘려가며 밭 매고 풀 뽑아 지극 정성으로 키웠더니 노오란 속이 꼭 꼭 들어 찬 예쁜 배추로 자랐다더라

저기 먼데 마천루 같은 집들이 요란하고 밤이면 가로등 윤기나게 빛난다는 마을의 장사꾼이 들어 와서는 한 포기에 천원씩을 주겠다더라...

우윳빛 뽀얀 손으로 능숙하게 지폐를 세어 건네 준 뒤에

어느 날

대처로 떠난 속 노오란 배추들은 간판 요란한 가게집 전대 두른 아주머니 손을 거쳐

거친 겉대를 걷어내는 치장을 마친 뒤

빨강 끈 노랑 끈 으로 단정하게 포장을 하고는

무슨 무슨 매장에 누워 한 포기에 이천오백원이라는 명찰을 달고 이 사람 저 사람 눈길을 받기에 이르게 되더라

 

판 사람이 천원을 받았는데

왜 사는 사람은 이천오백원을 내야 하는걸까?

 

#.

어느 어느 날,

쐬주 공장을 빠져 나오는 쐬주의 출고가를 칠백삼십원쯤에서 칠백육십원으로 올렸다고 치자

그까짓 삼십원,

 

저어기 어디 촌구석에서 삼겹살 집을 하는 아줌씨는

쐬주 한병에 이천원을 받고 있었는데

쐬주를 실어다 주는 총각의 말이

출고가가 삼십원 올랐으므로 공급가도 얼마로 올렸다고 하더라...

그까짓거~

 

삼겹살 집 아줌씨도 쪼오끔 더 올려 받아야 겠는데

출고가 삼십원 더하기 공급가 얼마...해 보니

이노무 거 장사도 바뻐 죽겠는데 노다지 동전 잔돈을 돌려 줘야 하겠구나

에라 모르겠다 삼천원 받자... 

원래는 삼십원이 올랐을 뿐인데

쐬주를 주식으로 하는 나는 왜 천원을 더 내야 하는걸까?

 

 

 

웰빙 이라고

몸에 좋은 거라고

둥치를 올라 가지를 지나 싹 틔우고 푸른 잎을 키워야 할

모유 같은 수액을 빨아 먹는 동안

어느새 우리 모두도 그 고로쇠 나무처럼 되어 버린 건 아닌지...

 

그런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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