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유동 계곡의 맑은 물이 넘실 거리는 사진 속에는
기저귀 찬 모습으로
배시시 웃고 있었다
엄마 아빠를 눈빛으로만 부를 뿐
아직
세상의 언어들에는 익숙치 않았던 아이...
#.
서예대전에서 받았노라고
꽃다발에 상품을 품 가득 버겁게 안고 빛바랜 사진 속에서 웃던 아이...
#.
커트 머리에 교복을 입고도
제 또래의 아이들 처럼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먹는 대신
순대국이나 쌈밥을 먹던 아이...
#.
공기가 맑아서가 아니라
우리네 눈이 맑아졌기 때문에 별을 볼 수 있는 거라고
고개 젖혀 밤하늘을 보며 말하던 아이...
#.
감자와 옥수수 만을 먹어야 했던 아버지와 엄마는
다시는 내 아이들에게 이 따위 절망스런 삶을 대물림 하지 말아야겠다고
땅 팔고 소 팔아 대학을 보냈고
그렇게 힘겨운 공부로 시대 기준을 새롭게 익힌 아이들은 저 먼 대처로 떠나 버렸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강산이 변 하는 거라고...
같은 맥락일까?
인터� 이란 것으로 도대체 경계의 개념이 불분명해진 시대
유비쿼터스 라는 이상한 단어들이 등장 하면서
우리는
모두 열려 있는 공간에 모든 것을 열어 버린채 살고 있는 것이...
영종도 비린 바람결에 석양이 내리는 시간
아이는
배낭 가득 세상의 궁금증을 담은채 훌쩍 날아가 버렸다
우화한
나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