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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히도 주린 세월을 살아내신 내 어머니는
돌아 가시는 날
막내 아들놈에게 기똥찬 평생의 선물을 주고 가셨다
아무리 똥꼬가 째지게 가난해도 당신 돌아 가신 날이면 자식놈들 죄다 모여 제삿상은 차릴터이니
기왕이면 막내놈 생일날을 제삿날과 겹치게 하자...
이토록 땡큐 무지무지한 몇해의 날들을 찔끔 눈물 섞어 보내다가
에라이~
생일을 양력으로 바꿔 버렸다
그랬더니
그날마다 온 국민들 태극기 걸어 축하해 주지요~
그날이 뭔날이 됐든 꼬박 꼬박 쉬게 해 주지요~
저어기 어디 촌동네는 꼬박 꼬박 그날이면 장이 서지요~
기똥 차 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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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 이었다
티셔츠 하나
등산복 바지 하나
야외용 모자 하나...
이 촌놈이 보기에는 도대체 옷 같지 않은 노무 것에
기능성 이다
또 거 무슨 요즘 말로 트렌드라고 하는...이런 저런 구실을 붙여 각각의 가격이 근 십여만원씩이라
고마운 마음 중에도
피식 헛웃음이 인다
산골에서 이 옷 입고 폼 낼 일도 없겠거니와
설사 차려 입고 마을엘 내려 간다쳐도
그저 원주 장날 한삼천원쯤 하는 길표 입성 이거니...할테지
논어 술이편에 이런 말이 있더라
從吾所好...라...
꼴리는대로 살자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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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야
두대야
세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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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대야
그리하여 열대야 쯤의 물을 뒤집어 써도 도무지 더위를 이겨낼 수 없는 지경을 "열대야"라고 하는건지
비 그치고 나더니 환장하게 더워 잠을 잘 수 없노라고 한밤중에 전화가 왔다
"거기는 산 속이니까 시원 하겠네?"
"춥지...대야가 하나 밖에 없으니까..."